책소개
≪법철학 강요≫는 헤겔이 처음부터 출판을 위해 저술한 것이 아니고, 법철학 관련 강의록에 기초하여 만들어진 책이다. 헤겔의 법철학 관련 강의들 중 현재 남아 있는 최초의 본격적인 강의록은 반넨만(P. Wannenmann)의 강의록인데, 이 강의록은 1817∼1818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겨울학기에 행한 ‘자연법과 국가학’이라는 강의를 정리해 놓은 것이다. 이 강의는 ≪헤겔의 강의 전집(G. W. F. Hegel Vorlesungen Ausgewählte Nachschriften und Manuskripte)≫의 1권으로 출판되었다. 헤겔은 베를린 대학에서도 유사한 강의를 1818∼1819년 겨울학기부터 1825년까지 개설했는데, 이렇게 강의를 위해 준비된 원고가 ≪법철학 강요≫라는 체계적 형태의 저서로 처음으로 출판된 것은 1820년이다. 물론 이 시기 전에도 헤겔이 법철학이나 실천철학에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헤겔은 예나 시기에 흔히 <자연법 논문>이라고 알려진 글을 발표하거나 <인륜성의 체계>와 같은 글을 쓰기도 했으며, 1803년부터 1806년 사이에 정신철학을 체계적으로 기획하면서 ≪법철학 강요≫의 기본 골격을 준비하기도 했다.
당대의 정치사회적 맥락에서 보자면, ≪법철학 강요≫는 나폴레옹이 몰락한 이후 독일이 취할 정치적 태도에 관한 보수적 입장과 진보적 입장 간의 갈등을 배경으로 한다. 헤겔은 이러한 갈등 상황에서 독일이 어떤 헌법을 가져야 하고 어떻게 법률을 성문화해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을 고려하며 자신의 사고를 지속적으로 더욱 정교하게 다듬었는데,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바로 ≪법철학 강요≫다. 하지만 이 책을 정독해 보면 이러한 시대적 문제에만 제한되지 않는 헤겔의 철학적 깊이를 접하게 된다. ≪법철학 강요≫ 전반에 걸쳐 헤겔은 고대와 근대의 정치철학 및 도덕철학과 지속적으로 대결하면서도 그것을 아우르고 뛰어넘는 관점을 보여준다. 그러한 시도가 과연 성공적이었는가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고대의 실체적 세계관과 근대의 주체적 세계관을 변증법 적으로 매개하려는 헤겔의 문제의식으로 인해, ≪법철학 강요≫는 철학사에서 독자적인 위치를 차지하며, 플라톤의 ≪국가≫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그리고 칸트의 ≪실천이성비판≫ 등과 더불어 정치철학 및 도덕철학의 고전으로 평가되어 왔다.
200자평
분열된 삶을 극복하고 조화롭고 통일된 삶을 지향하던 초기 헤겔의 문제의식이 간접적으로 담겨 있다. 헤겔의 실천적 문제의식을 총괄적이고 체계적으로 보여주는 저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을 통해 헤겔이 품고 있었던 문제의식의 정체가 무엇인지 명확히 규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
1770년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으며, 1778년부터 1792년까지 튀빙겐 신학교에서 수학했다. 그 뒤 1793년부터 1800년까지 스위스 베른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정교사 생활을 했다. 이때 청년기 사상을 보여 주는 종교와 정치에 관한 여러 미출간 단편들을 남겼다. 첫 저술 ≪피히테와 셸링의 철학 체계의 차이≫가 발표된 1801년부터 주저 ≪정신현상학≫이 발표된 1807년 직전까지 예나 대학에서 시간강사 생활을 했다. 그 뒤 잠시 동안 밤베르크에서 신문을 편집했으며, 1808년부터 1816년까지 뉘른베르크의 한 김나지움에서 교장직을 맡았다. 그리고 2년간 하이델베르크 대학에서 교수를 지낸 후, 1818년 베를린 대학의 정교수로 취임했다. 1831년 콜레라로 사망했으며, 자신의 희망대로 피히테 옆에 안장되었다.
주요 저서로 ≪정신현상학≫, ≪논리학≫, ≪엔치클로페디≫, ≪법철학 강요≫ 등이 있다. 그의 사후에 ≪미학 강의≫, ≪역사철학 강의≫, ≪종교철학 강의≫ 등을 제자들이 간행했다.
옮긴이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에서 칸트 철학으로 석사 학위를, 헤겔 철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숙명여자대학교 리더십교양교육원에 재직 중이다. 저서로 ≪철학의 벼리≫, ≪논술 교육, 읽기가 열쇠다-선생님을 위한 읽기 교육의 방법과 활용≫, ≪논증과 글쓰기≫(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 헤겔의 ≪예나 체계기획 III≫, ≪헤겔 예나 시기 정신철학≫, ≪법철학 강요≫, ≪교수 취임 연설문≫, ≪미학 강의≫, ≪세계사의 철학≫, 피히테의 ≪학자의 사명에 관한 몇 차례의 강의≫, K. 뒤징의 ≪헤겔과 철학사≫가 있다. 그 밖에 독일 관념론, 의사소통 교육 및 교양 교육에 관한 다수의 논문이 있다.
차례
해설
지은이에 대해
1. 서문과 서론
1. 서문
2. 서론
2. 본론
1. 추상법
2. 도덕
3. 인륜
1) 가족
2) 시민 사회
3) 국가
옮긴이에 대해
책속으로
철학은 이성적인 것에 대한 근본 탐구이기 때문에, 철학은 현재적이며 참으로 현실적인 것에 대한 파악이지, 피안의 것을 세우기가 아니다. 신은 이 피안의 것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한 이 피안의 것에 대해 우리 인간이 일면적이고 공허한 형식적 추론의 오류를 저지르면서 이것이 어디에 있는지 말하기도 하지만.
-25~26쪽
이념으로 존재하기 위해서 인격은 자신의 자유의 외적 영역을 마련해야만 한다.… 자유로운 정신과 직접적으로 다른 것은 정신에 대해서도 외적인 것이지만 즉자적으로도 외적인 것 일반이다. 이것이 바로 물건(Sache)이며, [물건은] 자유롭지 않은 것이자, 비인격적인 것이며, 권리를 지니지 못한 것이다.
-41쪽